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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헝그리앱 등록일(수정) : 2024-02-15 17: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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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스트 펑크가 도시 건설 게임으로 돌아왔다! ‘프로스트펑크: 비욘드 더 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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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환경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19세기, 알 수 없는 이유로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왔다. 동시에 강력한 태풍이 밀려들어 모든 인프라가 파괴되었다. 인류가 누려온 문명은 며칠 사이에 과거의 흔적이 되어버렸고,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북극에 남아 있는 발전기에 희망을 걸고 문명을 재건해 나간다. 

폴란드 게임사 ‘11 비트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프로스트펑크’는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도덕적 선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생존형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결핍된 상황을 만들어, ‘생존’과 ‘도덕’ 사이에서 플레이어가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이 게임의 최대 특징이다.




▲ 플레이어를 끝없이 고민하게 만들었던 원작 ‘프로스트 펑크’


‘프로스트펑크: 비욘드 더 아이스(이하 비욘드 더 아이스)’는 ‘프로스트 펑크’의 모바일 버전이다. 원작 개발사인 11비트 스튜디오와 넷이즈가 함께 개발 중이며, 지난 1월 31일부터 미국, 영국, 필리핀에서 얼리 액세스를 시작했다. 원작과 동일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모바일 버전만의 특징적인 콘텐츠도 마련돼 있다고 한다.


▲ 곳곳에 원작의 감성이 녹아 있는 ‘비욘드 더 아이스’ 


한껏 기대를 품고 체험해 본 비욘드 더 아이스. 재미는 있는데 플레이 감각이 사뭇 달랐다. 훨씬 캐주얼해졌다고나 할까. 결과적으로 진행은 비교적 수월했으나 원작의 메시지는 다소 희석된 감이 없지 않다. 전제가 되는 ‘극단적인 상황’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고? 게임이 쉬워졌으니까. 자원, 공간, 심지어는 사람까지, 모든 것이 제한적인 원작과는 달리 비욘드 더 아이스는 비교적 풍족하다. 무과금으로도 시민들에게 ‘적당히 따뜻한 난방’과, ‘굶지 않을 정도의 식량’을 제공해 줄 수 있을 정도.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원작에서는 ‘생존’과 ‘도덕’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했을 선택지도, 비욘드 더 아이스에서는 큰 고민 없이 ‘도덕’ 쪽을 고를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생존’에 비중을 둔 원작과는 달리, 비욘드 더 아이스는 ‘도시 건설 경영’ 쪽으로 좀 더 포커싱을 맞추고 있는 듯했다. 말하자면 ‘프로스트펑크’의 세계관으로 만들어진 ‘심시티’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 배부르고 등따시면 없던 인심도 절로 생겨난다.
난방 풀 가동에 음식 풀 보급. 여유있는 빙하기 라이프.


발전기를 중심으로 도시를 확장해 나간다는 기본적인 틀은 원작과 같다. 다만, 원작은 지정된 기간 동안의 생존이 목표인 반면, 비욘드 아이스는 도시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것이 주목표다. 이는 엔딩이 있는 패키지 게임과 서비스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 온라인 게임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욘드 더 아이스는 ‘프로스트 펑크’ 치고는 캐주얼하다. 자급자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연료가 부족해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임에도 난방을 중단하거나, 식량이 부족해 음식에 톱밥을 섞거나, 일손이 부족해 어린아이를 노동에 투입하는 등의 가혹한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

‘생존’보다 ‘도시 건설 경영’ 쪽 더 비중을 두고 있다 판단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빙하기라는 환경은 혹독하지만,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생존’은 이미 보장된 상태가 아닌가. 그렇다면 다음 목표는 도시를 잘 확장하고 운영해 나가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을 진행해 보면 플레이어의 역할이 정확히 그 포지션임을 체감할 수 있다.


▲ 비욘드 더 아이스의 우선 목표는 생존이 아니라 도시 발전이다.


게임의 구조는 모바일 전쟁 게임이나 소셜 네트워크 게임과 유사한 형태다. 자원을 모으고, 기술을 연구하고, 건물을 짓고, 건물 레벨을 올리면서 도시를 확장한다. 도시를 확장하면 추가적인 기능들이 개방된다. 이를 반복하며 도시를 점점 발전시켜 나간다.

이처럼 ‘비욘드 더 아이스’는 모바일 전쟁 게임이나 소셜 네트워크 게임을 경험해 본 플레이어라면 금방 적응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모바일 전쟁 게임과 비교하자면 ‘병력을 모아서 다른 유저와 싸우는 콘텐츠’가 없고, 소셜 네트워크 게임과 비교하자면 ‘다른 유저와의 상호작용 및 꾸미기 요소가 간소화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 플레이는 소셜 게임에 가까운 형태지만, 다른 유저와의 상호 작용 비중은 높지 않다.

▲ 대표적인 상호 작용 요소인 거래소. 다른 유저와 간접적으로 물건을 거래한다.


설명만 들으면 다소 허전할 듯한 구성이지만, ‘멀티 콘텐츠’의 비중을 줄인 만큼 ‘싱글 콘텐츠’의 비중을 늘렸다. 실제로 지난 일주일간 다른 유저와의 상호작용을 체감한 것은 채팅창과 거래소뿐이었고, 그밖에 도시 건설, 경영, 연구 및 각종 미니게임 등 대부분의 요소가 싱글 콘텐츠였다. 이렇다 보니 전반적인 플레이 감각은 싱글 게임에 가까웠다.

프로스트 펑크의 정식 모바일 버전인 만큼, 게임 곳곳에서 원작의 세계관에 따른 독특한 감성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거대한 발전기를 중심으로 한 도시의 확장과 운영이라는 큰 틀은 원작과 동일하다. 외부 온도가 기본 -20도인 만큼, 도시에서의 모든 생산 활동은 발전기가 내뿜는 열기 범위 내로 한정되는데, 이 범위를 벗어나면 대부분의 건물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 밖에도 건물의 종류, 기술, 법령 등 원작과 유사한 부분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 열기 범위 내에서만 생활이 가능하다는 설정은 원작과 같다.

▲ 법령도 있지만, 원작에 비해 훨씬 캐주얼하게 적용된다.


물론 비욘드 더 아이스만의 요소도 존재한다. ‘석탄, 감자, 나무’ 같은 기본 자원 외에도 건설, 연구, 치료 등에 사용되는 아이템이 있는데, 이것들은 ‘시민과의 거래’를 통해 얻어야 한다. 시민과의 거래는 상대가 원하는 아이템과 제공하는 아이템을 살펴보고 승낙/거절 여부를 결정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사실상 이 게임을 하면서 가장 많이 활용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 시민과의 거래. 도시의 모습 다음으로 많이 보게 될 화면이다.


쇼케이스에서 언급한 ‘탐험’과 ‘웨더 스테이션’도 확인할 수 있었다. 탐험은 이름 그대로 설원 각지를 탐험하는 콘텐츠다. 헥사 타일 구조의 필드를 이동하며 맵을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탐사 도중에는 숨겨진 자원을 발견하거나, 야생 짐승 혹은 약탈자와 전투가 일어나기도 한다. 게임 구조상 가만히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은근히 자주 발생하는 만큼, 그런 빈 시간을 활용하기 위한 콘텐츠로 보인다.

웨더 스테이션은 일종의 ‘도전형 콘텐츠’다. 스테이지 방식으로 진행되며, 일정 시간 동안 허리케인으로부터 도시와 시민들을 지켜내는 것이 목표다. 피해를 입은 건물을 수리하고 다친시민들을 치료하며 90% 이상 보호에 성공하면, 이 게임에서 매우 중요한 건설 아이템인 ‘스팀 코어’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이는 추가적인 과금 없이 스팀 코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 밖에도 진료소 건설 후에는 환자들을 치료해 줄 수 있게 되는데 여기에도 미니게임 요소가 포함돼 있다. 환자가 말하는 증상을 자세히 살펴본 후 어떤 병인지 알아맞히는 방식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면 1회의 처방으로 완전 치료가 가능하지만, 틀릴 경우 환자의 상태가 25% 정도 호전될 뿐이므로 상대적으로 많은 약을 소비해야 한다.


▲ 맵을 밝히면서 숨겨진 자원을 수집할 수 있는 ‘탐험’

▲ 거대한 허리케인에서 도시와 시민을 지켜야 하는 ‘웨더 스테이션’

▲ 환자의 증상을 듣고 올바른 처방을 내려야 하는 ‘진료소’


그렇다면 과금 모델은 어떨까? 지난 쇼케이스에서 밝힌 대로 비욘드 더 아이스의 과금 모델은 여타 ‘소셜 네트워크 게임’과 비슷한 구조였다. 얼리 액세스 버전에서 확인한 것은 시간 단축, 슬롯 확장, 아이템 패키지, 게임 패스 정도로 플레이어 입장에서 과금 유도가 그리 심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유료 재화인 ‘황동’을 요구하는 건물도 몇 종류 있었다. 다만, 이런 건물은 추가적인 자원 혜택이나 편의 기능을 제공할 뿐이며, 게임 진행에 필요한 주요 건물은 모두 게임 내 재화로 건설이 가능했다.

북미 마켓 결제가 불가능해 강제로 무과금 플레이를 해야 했던 필자조차 ‘프로스트 펑크치고는 풍족하다’고 생각했을 정도인데, 과금을 하면 대체 얼마나 더 편해질지 역으로 궁금해질 정도였다. 거기까지 가버리면 이건 프로스트 펑크가 아니라, ‘다함께 즐겨요, 신나는 북극 캠프’가 되어버리는 것 아닐까?


▲ 과금 유도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무과금으로도 할만했다.

▲ 유료 건물도 추가 자원이나 소소한 편의 기능을 제공할 뿐 필수는 아니다.
물론 있으면 상당히 풍족해질 것 같지만…


일주일간의 플레이 후 필자가 내린 결론은 ‘원작과는 다른 느낌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바일 플랫폼을 선택했다는 것은 ‘대상층을 더 넓게 가져가겠다’는 의도도 있었을 터. 당연히 원작처럼 하드코어하게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원작과의 괴리가 생긴 것도 사실이긴 하다. 무엇보다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몰입감이 다르다. 원작에서 플레이어는 시민들과 동고동락하는 ‘동반자’의 입장이다. 그렇기에 항상 생존과 도덕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선택에 따른 결과에 일희일비하고,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면서도 더 좋은 방법을 끝없이 탐색한다.

그러나 비욘드 더 아이스에서 플레이어는 인간을 내려다보는 ‘신적인 존재’가 된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역할은 도시를 ‘효율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며, 도시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은 그저 하나의 ‘이벤트’ 혹은 ‘퀘스트’에 지나지 않는다. 철저하게 게임 감각으로 플레이하게 되는 셈이다.


▲ 생활에 여유가 있으니 선택에 고민할 필요가 없고,
어떤 선택지를 골라도 플레이에 끼치는 영향이 적다.

▲ 법안이라기 보다는 테크트리같은 느낌.


원작에 비해 풍족한 환경인 만큼 ‘살아남기 위해’ 가혹한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다. 대신 플레이어가 감정을 이입할 여지가 적은 만큼, 별다른 부담 없이 ‘효율 중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플레이어를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만든다는 뜻은 아니고, 단순히 게임 구조에서 오는 차이일 뿐이다.

대표적인 예로 ‘아동 노동’을 들 수 있다. 원작에서는 아이들을 노동 현장에 투입할 경우, 그에 따른 긍정/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발생하며 이를 플레이어가 모두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비욘드 더 아이스에서는 아동 노동이 일종의 ‘테크트리’처럼 취급된다. 어린아이에게 일을 시키는 비도덕적인 법안이 아니라, 인구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취급되는 것.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노동 인구 증가 버프의 이름이 ‘아동 노동’인 수준의 이야기일 뿐이다.


▲ 디메리트가 없는데다, 노동력이 거의 2배가 된다.
시스템도 ‘돈을 내고 스킬을 배우는’ 듯한 형태를 취하고 있기에
아이에게 일을 시키는 데 대한 도덕적 갈등이 들어올 틈이 없다.


다만, 이런 요소들이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거듭 말했듯, 비욘드 더 아이스의 정체성은 ‘생존’이 아니라 ‘도시 건설 경영’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굳이 시민 개개인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만들 필요까진 없다. 여타 모바일 전쟁 게임이나 도시 건설 게임도 마찬가지다. 플레이어가 병사 개개인, 시민 개개인에게 이입하게 만들어서야 진행이 안 된다. 애초에 그런 쪽의 내러티브를 노리는 게 아니니까.

사실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 했다면 굳이 새로운 게임을 만들 필요는 없다. 그럴 의도였다면 그냥 원작을 모바일로 이식하는 편이 가장 확실할 테니까. 원작 자체가 모바일로 환경을 옮겨도 플레이에 문제가 없는 방식인 데다, 전작인 ‘디스 워 오브 마인’을 훌륭하게 모바일로 이식한 경험도 있지 않던가?


▲ 스토리가 있긴 한데, 딱히 내러티브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다.


결과적으로 비욘드 더 아이스라는 별개의 작품을 출시했다는 것은 원작과는 다른 재미를 제공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비욘드 더 아이스가 원작 무한모드의 연장선에 있는 게임이라 생각한다. ‘프로스트 펑크’는 분명 훌륭한 게임이지만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보자면 아쉬운 점도 많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추가된 무한모드였으나, 원작 게임의 구조가 바뀌거나 한 것은 아니므로 여전히 도시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으로서는 갈증이 남아있었다.

비욘드 더 아이스는 이런 팬들의 갈증을 덜어주는 한편, 원작을 모르는 유저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든 게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프로스트 펑크의 이름과 세계관을 이어가는 작품인 만큼, 원작의 최대 강점이었던 내러티브의 축소는 팬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비욘드 더 아이스’가 감내해야 할 일. 중요한 것은 빠진 자리에 무엇을 채워 넣었는가다.

내러티브의 축소에서 오는 아쉬움과 건설 시뮬레이션 요소의 강화에서 오는 만족감.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플레이어 개개인의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전쟁 게임에서조차 조용히 농사짓는 플레이를 즐겨온 필자에게 ‘프로스트 펑크: 비욘드 더 아이스’는 제법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













신수용 기자(ssy@smartn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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