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처럼 별 볼일 없는 애들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인디 개발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Top3에 들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코스믹워즈'를 만든 백상진 대표를 대구시청 별관 스마트벤처캠퍼스에서 만났다.
길게 기른 머리, 코에 장식한 피어싱... 범상치 않은 이국적 스타일의 백 대표는 누가 봐도 인디스러움이 넘쳐흐른다. "지난번 BIC(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에 참가했는데 저를 외국인이라 생각했는지 영어로 말을 거는 사람이 많았어요"
▲ 코스믹아울 백상진 대표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듯한 개성남인 그는 원래 대구에 아무런 연고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무작정 대구에 와서, 게임 개발을 하게 된 것일까.
어릴 적부터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던 그는 대학도 게임디자인학과로 진학했단다. "졸업 후, 경기도 분당에 작은 게임개발사에 취업했죠. 원래는 그래픽 디자이너였지만 소규모 회사다보니 기획, 이펙트, 원화 등 1인 다역은 기본이었죠" 그러던 중, 상당수의 개발자들이 느끼는 태생적인 욕구가 그에게도 찾아왔다. 내가 진정으로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같은 과 동기였고, 같은 회사에 취업했던 프로그래머 김태경 씨가 백 대표의 무모한 도전에 의기투합했다. 개발에 대한 불타는 열정을 빼곤, 두 사람이 가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두 사람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개의치 않았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 지원 사업에 응모해 어렵사리 대구에 둥지를 틀게 된다.
"사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 덕에 비록 작지만 우리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었고, 인건비 일부도 충당할 수 있었다"며 간절히 원하면 이뤄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힘들었기 때문에) 코스믹워즈는 그냥 클라이언트 버전에 머무를 뻔 했어요. 그런데 DIP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서버도 붙힐 수 있었죠. 당연히 게임은 더 재밌어졌죠." 백 대표는 "클라이언트 버전으로 출시했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결과는 낼 수 없었을 것"이라 덧붙였다.
아무 연고도 없는 대구에서 인력 충원은 하늘에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도 없었던 백 대표는 인터넷을 무작정 뒤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마음에 딱 드는 그림풍을 찾았다. 마침 그녀는 대구에 살고 있었고, 삼고초려 끝에 코스믹아울에 합류시킬 수 있었다.
▲프로그래머 김태경 씨, 백상진 대표, 아트 디자이너 조수진 씨(좌로부터)
'코스믹워즈'는 우주를 모험하며, 얻은 자원들로 함선을 구축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컨셉의 백상진 대표만큼이나 독특한 전략 게임이다.
이 게임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백 대표는 "우리가 만족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목표였다. 작품성과 뭔가 메시지를 담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여느 개발자와 마찬가지로 영화나 음악으로부터 컨셉이나 세계관 등의 영감을 얻는다고 말하는 백 대표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영감을 얻었죠. 레고처럼 뭔가 덕지덕지 붙이는 컨셉이 발상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코스믹워즈'는 출시한 지 반년이 지났다. 지금까지의 성적은 구글플레이에서만 6만 5천 다운로드 중이다.
"인맥도 자금도 없는 우리같은 인디 개발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직접 몸으로 뛰는 것 밖엔 없었죠. 프롤로그 웹툰 영상을 만들어 프로모션을 했는데, 그게 의외로 잘 먹혔고, 구글 인디게임 Top3에 선정돼 피처드를 받는 등 운도 좋았습니다"
사실 코스믹워즈가 이들의 첫 작품은 아니었다. '라이브라이프'라는 러닝RPG를 만들었지만, 시쳇말로 쫄딱 망했다. 백 대표는 "사실, 그 때는 사업이란 걸 몰랐어요. 게임만 만들면 다 되는 줄 알았죠. 개발을 포기하고 싶었는데, 동료가 한번 더 해보자고 했었죠. 그래서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배수의 진을 쳤어요"
좌절감을 제대로 맛 본 라이브라이프의 아픈 기억은 '코스믹워즈'를 더욱 단단하게 하는 큰 밑거름이 된 모양이다.
코스믹워즈는 올 연말쯤에 iOS 출시를 거쳐 내년에는 글로벌 출시를 준비중이다. 특히 북미와 일본 시장은 현지 파트너들과 현재 논의중이다.
코스믹워즈도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문득 이들의 차기작이 궁금해졌다. 백 대표는 "전 인류가 기억을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전략시뮬레이션 장르인데요. 솔직히 제 머리 속에서 맴맴 도는 거라 뭐라 설명하기 어렵네요.
끝으로 인디 게임 개발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절대 게임은 나오지 않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반드시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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